개발자처럼 장편소설 쓰는 법
장편의 진짜 적은 영감이 아니라 기억과 버전이다. 초반에 정한 눈동자 색을 후반에 잊고, 깔아 둔 복선을 놓치고, '최종_진짜최종'으로 불어나는 원고 앞에서 결말 고칠 엄두를 못 낸다. 이건 재능이 아니라 분량의 문제다. 글이 길어지면 누구나 자기가 만든 세계를 조금씩 놓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27만 자 SF 장편을 완성하며 찾은 답은 단순하다. 기억은 LLM에게, 버전은 Git에게 맡기는 것. AI가 원고를 읽어 인물·세계관·연표·복선을 담은 '설정집'을 대신 정리하고, Git이 모든 순간을 저장해 언제든 되돌릴 수 있게 한다. 되돌릴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야 비로소 겁 없이 고치게 된다. 코딩은 몰라도 된다. AI는 설정집을 지키는 사서일 뿐, 운전대는 끝까지 작가가 쥔다. 무료 도구 몇 개와 약간의 의지면, 당신의 원고 폴더는 스스로 기억하고 되돌아갈 줄 아는 작
업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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