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탈사인

바이탈 사인(4)

4화. 사이렌

엄마는 늦었다.

평소보다 두 시간. 세 시간.

걱정 안 했다. 늘 그랬으니까. 일 끝나고 술집에서 한잔하고, 비틀거리면서 들어오고. 늘 그랬다.

캡슐에 누워서 천장을 봤다.

"엄마 안 와."

카이로가 말했다.

"알아."

"걱정 안 해?"

"왜?"

"늦잖아."

"리큐르 마시고 있겠지."

"..."

"맨날 그러잖아."

카이로가 대답 안 했다.


사이렌이 울렸다.

처음엔 뭔지 몰랐다. 가끔 방사선 경보가 울리긴 하니까.

근데 소리가 달랐다. 더 높고, 더 급했다.

"이거 뭐야."

"비상 경보. 방사선 아니야."

카이로가 말했다.

"그럼 뭔데."

"몰라. 스크린 켜봐."


스크린을 켰다.

뉴스가 나왔다. 글자가 빠르게 지나갔다.

[속보] 광산 7구역 에어 리크 발생 [속보] 노동자 파업 진압 중 사고 [속보] 다수 부상자 발생, 구조 작업 진행 중

화면에 영상이 떴다. 흔들리는 카메라. 회색 먼지. 사람들이 뛰어가고 있었다. 우주복을 입은 사람들. 에어록 쪽으로.

"..."

"광산 7구역."

카이로가 말했다.

"알아."

"엄마 일하는 데야."

"알아."

"..."

"근데 엄마는 저기 없을 거야."

"왜?"

"파업이잖아. 일 안 하고 있었을 거야. 아마 바에서 리큐르 마시고 있을걸."

"확인 안 해봐?"

"어떻게?"

"연락하면 되잖아."

"..."

연락. 엄마한테. 해본 적 없었다. 엄마가 먼저 연락한 적도 없었다. 그냥 나가고, 그냥 들어오고. 그게 다였다.

"안 해?"

"..."

"심박 올라갔어."

"닥쳐."


스크린을 계속 봤다.

구조 작업. 부상자 이송. 사망자 확인 중.

사망자.

"..."

"리라."

"뭐."

"연락해."

"..."

"지금."

"..."

카이로가 말하는 거 처음이었다. 이렇게. 명령처럼.

"왜 네가 그래."

"뭐가."

"걱정하는 것처럼. 넌 시스템이잖아."

"..."

"엄마 걱정하는 거야?"

"아니."

"그럼 뭔데."

"네가 걱정하고 있으니까. 데이터로 보여."

"안 하거든."

"거짓말. 심박 98. 호흡 빨라졌어. 손 떨려."

"..."

"연락해."


통신을 켰다.

엄마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갔다.

한 번. 두 번. 세 번.

안 받았다.

"..."

"다시 해."

다시 눌렀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안 받았다.

"..."

화면에 새 속보가 떴다.

[속보] 에어록 폐쇄 지연으로 추가 피해 [속보] 드릴링 구역 노동자 다수 고립

드릴링 구역.

엄마가 일하는 데.

"..."

"리라."

"..."

"리라?"

대답 안 했다.

뭘 느끼는지 몰랐다. 또. 느껴야 하는데 안 느껴지는 건지, 느끼는데 모르는 건지.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건 봤다.


잠이 안 왔다.

스크린은 계속 켜놨다. 속보가 계속 떴다. 구조 작업. 부상자 수. 사망자 수.

숫자가 올라갔다.

"자."

카이로가 말했다.

"못 자."

"알아. 그래도 눈 감아."

눈을 감았다. 잠은 안 왔다.


아침이었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눈을 떴을 때 창밖에 지구가 떠 있었다. 늘 그렇듯이.

"엄마?"

대답 없었다.

엄마 방을 봤다. 문이 열려 있었다. 어젯밤에 들어온 적 없다.

"..."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열었다.

남자가 서 있었다. 광부 작업복. 먼지 묻은 얼굴. 손에 상자를 들고 있었다. 의료용 냉각 상자.

"리라 카이?"

"...네."

"수진 카이 딸?"

"...네."

남자가 잠깐 멈췄다. 뭔가 말하기 힘든 것 같았다.

"어젯밤 사고 소식 들었어?"

"...네."

"어머니가 거기 있었어."

"..."

"에어록까지는 갔는데. 우주복 갈아입고 나갔는데."

"..."

"밖에 나가자마자 문제가 생겼대. 우주복에. 팔 쪽에."

강철 팔.

"..."

"손쓸 수가 없었어. 너무 빨랐대."

"..."

"미안해."

남자가 상자를 내밀었다.

"이거. 어머니가 나한테 줬어. 나가기 직전에."

"..."

"뭔지는 몰라. 근데 꼭 전해달라고 했어. 딸한테. 꼭."

상자를 받았다. 무거웠다. 차가웠다.

"..."

"미안해."

남자가 또 말했다. 그리고 돌아섰다. 발소리가 멀어졌다.

문이 닫혔다.


혼자였다.

상자를 들고 서 있었다.

"리라."

카이로.

"..."

"괜찮아?"

"..."

"리라?"

"...몰라."

상자를 봤다. 의료용 냉각 상자. 장기 운반용.

열었다.


심장이었다.

기계 심장. 새것. 포장도 안 뜯은.

3개월.

닥터가 말했었다. 3개월 안에 교체 안 하면 죽는다고.

엄마한테 말하라고 했었다. 말 안 했다.

엄마는 알고 있었다.

"..."

"리라."

"..."

"울어?"

"...아니."

"뭐 느껴?"

"..."

"리라?"

"몰라."

상자를 내려놨다. 바닥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뭘."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

"울어야 해? 소리 질러야 해? 뭘 해야 해?"

"..."

"엄마가 죽었는데. 나한테 심장 주고 죽었는데."

"..."

"왜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 거야."

카이로가 대답 안 했다.


한참 앉아 있었다.

상자 옆에. 바닥에.

창밖에 지구가 떠 있었다. 늘 그렇듯이.

엄마는 없었다.

심장을 봤다. 상자 안의 심장.

엄마가 마지막으로 산 심장. 뭘 팔아서 샀는지는 모른다. 아마 남은 거 전부.

"..."

손이 떨렸다. 그건 봤다.

눈물은 안 났다. 그건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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