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내남편

그녀, 내남편(35) - 유진

의문

아침에 지수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나는 이미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어젯밤 수연의 전화. 지수 언니 어디 있는지 아냐고.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수연이 그 정도로 불안해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지수의 전화. 수연이 사라졌다고. 짐을 싸서 나갔다고.

두 통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알아내야 했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지수의 사무실로 갔다.

비서가 나를 보더니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지수가 이사회 의장이 된 뒤로, 나조차도 약속을 잡아야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유진 박사님, 지금 의장님이 회의 중이신데..."

"급한 일이에요. 잠깐이면 돼요."

비서가 잠시 망설였다. 나와 지수의 관계를 아는 사람이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5분 후, 사무실 문이 열렸다.

지수가 나를 보며 손짓했다. 들어왔다.

문이 닫히자 지수의 얼굴이 달라졌다. 공적인 표정 뒤에 피로가 비치고 있었다. 눈 밑에 그늘이 있었다. 화장으로 가렸지만, 보였다.

그리고 목에 두른 스카프.

지수는 실내에서 스카프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언니, 무슨 일이에요? 바쁜데."

목소리에 방어적인 날이 서 있었다. 내가 무엇을 물으러 왔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수연이 얘기 하러 왔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아침에 전화했잖아. 수연이 나갔다고."

"그래서?"

"어디 갔는지 알아?"

지수가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한숨을 쉬었다. 여유를 보여주려는 몸짓이었지만, 손가락 끝이 책상을 두드리고 있었다.

"마이클 씨가 찾아줬어. 시내 비즈니스 호텔에 있대."

"찾아갔어?"

"아니."

"왜?"

지수의 눈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분노가 서려 있었다. 수연에 대한 분노. 이건 뜻밖이었다.

"내가 왜 찾아가야 해? 나간 건 수연이잖아."


뭔가 이상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수연은 지수를 걱정하며 전화를 걸어왔다. 지수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수연이 짐을 싸서 나갔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어젯밤에 뭔 일 있었어?"

직접적으로 물었다. 지수의 표정이 굳었다.

"무슨 일이긴. 이사회 의장 취임했잖아. 축하 자리 있었어."

"밤새?"

지수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늦게까지 있었어. 그게 왜?"

"수연이가 밤새 기다렸을 텐데."

"그래서? 내가 뭘 어쨌어야 하는데?"

지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숨기고 있는 게 있었다.


시선이 다시 스카프로 갔다.

실크 소재. 에르메스. 지수가 좋아하는 브랜드였다. 하지만 실내에서, 그것도 자기 사무실에서 스카프를 하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목에 뭔가를 가리고 있다.

축하 자리. 밤새. 아침에 돌아옴.

마이클 강.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마이클 강이랑 뭔 일 있었어?"

지수의 눈이 흔들렸다.

"무슨 소리야. 업무상 만났을 뿐이야."

"업무상 만나서 밤새 안 들어왔어?"

"축하 자리라니까. 이사진들이랑 회식하고, 2차 가고..."

거짓말이었다.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더 추궁하지 않았다.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알았어."


"그런데 수연이가 왜 갑자기 나갔을까?"

화제를 돌렸다.

"몰라."

"아무 말도 없이?"

"메시지도 없었어. 그냥 나갔더라고."

"이상하지 않아? 어젯밤까지 너 걱정하던 애가 갑자기 짐 싸서 나가다니."

지수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언니, 나 한 가지 알게 됐어."

"뭐?"

"제주도에서 수연이가 한 일. 키스만 한 게 아니었대."

그 정보는 내가 알고 있던 것이었다. 수연에게서 직접 들었으니까. 그런데 지수가 어떻게 알게 된 걸까.

"누가 그래?"

"마이클 씨."

마이클 강.

그 이름이 또 나왔다. 모든 길이 그 남자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수연이한테 화가 난 거야?"

지수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화가 난 게 아니야. 그냥... 실망했어. 나한테 거짓말했으니까."

"너도 거짓말하고 있잖아."

내 말에 지수가 돌아보았다.

"뭐?"

"어젯밤에 뭐 했는지. 나한테도 거짓말하고 있잖아."

침묵이 흘렀다. 지수가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다시 열었다.

"그건 달라."

"뭐가 달라?"

"수연이는 처음 보는 남자랑 화장실에서 그런 짓을 했어. 나는... 나는 달라."

무엇이 다르다는 건지 묻지 않았다. 대답은 이미 그 문장 안에 있었다. 지수는 마이클 강과 잤다. 그리고 그것이 수연의 행위보다 덜 나쁘다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있었다.


"지수야."

이름을 불렀다. 지수가 나를 바라보았다.

"수연이 찾아가."

"싫어."

"너 지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어."

"언니가 뭘 알아?"

"마이클 강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

"뭔데?"

"너야. 그리고 수연이 머릿속에 있는 레시피 2.0."

지수가 나를 바라보았다. 눈이 흔들렸지만 금방 다시 굳어졌다.

"마이클 씨는 날 도와주고 있어. 의장 자리도 그 사람이 만들어준 거야."

"그러니까 문제라는 거야. 왜 그렇게까지 해주는 것 같아?"

"그건..."

지수가 말을 멈추었다. 대답은 알고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얼굴이었다.

"생각해봐. 마이클 강이 너를 의장으로 만들고, 수연이와 너 사이를 갈라놓고, 결과적으로 뭘 얻으려는 건지."


지수가 책상으로 돌아왔다. 의자에 앉았다.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지금 그런 거 생각할 여유 없어, 언니."

"없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지."

"뭐가 달라?"

"모든 게 달라."

침묵이 흘렀다. 지수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눈에 피로가 가득했다.

"언니, 나 지금 진짜 힘들어. 회사 일도 산더미고. 수연이 일도 복잡하고. 제발 오늘은 그냥 가줘."

더 밀어붙이면 역효과만 날 것이었다.

"알았어. 가볼게."

문 쪽으로 걸어갔다. 손잡이를 잡고 멈추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뭔데?"

"수연이한테 전화 한 번만 해. 어디 있는지 확인이라도 하고."

"..."

"부탁이야."

대답은 없었다. 문을 열고 나갔다.


복도를 걸으며 머릿속을 정리했다.

지수는 마이클 강과 관계를 가졌다. 스카프가 말해주고 있었다.

수연은 그것을 알고 떠났다. 밤새 기다렸다가, 지수가 돌아오지 않는 걸 확인하고, 짐을 싸서 나갔다.

마이클 강은 지수에게 수연의 제주도 일을 폭로했다. 의도적으로. 두 사람 사이에 쐐기를 박기 위해서.

모든 것이 마이클 강의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버튼을 눌렀다. 지하 2층. 연구소.

수연을 만나야 했다. 그리고 마이클 강의 의도를 더 파헤쳐야 했다. 둘 다 같은 장소에서 할 수 있었다. 차폐실.

연구실에 도착했다. 문을 열었다.

핸드폰을 꺼냈다. 수연의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울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받아라, 수연아.

네 번. 다섯 번.

받지 않았다.

다시 걸었다.

이번에는 받았다.

"...언니?"

수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쳐 있었다. 울었던 흔적이 목소리에 남아 있었다.

"수연아. 연구소로 와."

"..."

"만나야 해. 지금 바로."

전화기 너머로 수연의 숨소리가 들렸다. 망설이고 있었다.

"중요한 얘기가 있어. 전화로는 못 해."

짧게 끊었다. 일부러. 전화로 길게 말할수록 위험했다.

"...알았어."

전화가 끊어졌다.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마이클 강이 듣고 있다면, 수연이 연구소로 온다는 것까지는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차폐실 안에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알 수 없다.

마이클 강의 계획대로만 흘러가게 둘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