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내남편

그녀, 내남편(15) - 유진

원한

2년 전.

그 날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중환자실 유리창 너머로 혜인을 바라보았을 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해야 했다. 췌장암 4기. 전이가 시작된 상태. 의사들은 남은 시간을 말해주었고, 나는 그 숫자를 듣는 동안 얼굴 표정을 유지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

그리고 윌리엄이 찾아왔다.

거래의 내용은 알려진 대로다. 혜인의 뇌를 F-71에 이식하는 대가로, 나는 은현철 박사의 연구 데이터를 넘겼다. 목 뒤에 심어진 임플란트가 계약서였다.

혜인이 살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혜인이 깨어난 건 수술 후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F-71. 칼릭스의 여성형 바이오 바디. 혜인은 그 안에서 눈을 떴다. 처음에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뇌와 바디 사이의 신경 연결이 완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F-72와는 달랐다. 고속 신경 주입 프로그램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혜인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법, 물건을 잡는 법, 걷는 법, 말하는 법.

나는 매일 병원에 갔다.

"유진..."

혜인이 내 이름을 다시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두 달이 걸렸다. 그 두 달 동안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발음을 교정해주고, 물리치료사보다 더 오래 곁에 있었다.

"왜... 이렇게까지..."

혜인이 물었다. 말이 느렸다. 새 몸의 성대와 혀가 아직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한 거야."

나는 그렇게만 대답했다. 내가 무엇을 포기했는지, 무엇을 배신했는지, 그녀에게 말할 수 없었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혜인이 살아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재활 과정은 6개월이 걸렸다.

F-71의 신경계는 복잡했다. 감각 수용체가 일반인의 세 배 이상으로 예민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작은 자극도 혜인에게는 폭풍처럼 느껴졌다.

"너무... 시끄러워."

혜인이 귀를 막으며 말했다. 병원 복도의 발자국 소리, 에어컨 소리, 형광등의 윙윙거림. 모든 것이 그녀를 압도했다.

나는 그녀를 안아주었다. 내 심장 소리가 그녀의 귀에 천둥처럼 울렸을 것이다. 하지만 혜인은 도망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이 파고들었다.

"유진... 네 심장 소리... 좋아..."

그 말에 내 심장이 더 빨리 뛰었고, 혜인은 그것도 들었을 것이다.


6개월 후, 혜인은 연구소로 복귀했다.

칼릭스 연구소. 은현철 박사가 이끄는 텔로미어 연구팀. 혜인은 원래 그곳의 연구원이었고, 나와 함께 일했다. 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다시... 여기 오다니."

혜인이 연구소 로비에 서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F-71의 눈물샘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익숙해지면 괜찮아질 거야."

나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은현철 박사가 우리를 맞이했다.

"혜인 씨, 다시 오게 되어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박사님."

혜인이 고개를 숙였다. 박사님은 그녀를 바라보며 뭔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걱정인지 호기심인지, 그 둘 사이 어딘가의 눈빛이었다.

"F-71의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유진 씨가 담당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내 역할이었다. 혜인을 관찰하고, 데이터를 기록하고, 바디의 성능을 검증하는 것.


신세틱 링크 검증은 까다로운 과정이었다.

혜인의 뇌와 F-71 바디 사이의 연결 상태를 측정하고, 신호 전달 속도를 기록하고, 이상 징후가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자, 시작할게."

나는 혜인의 관자놀이에 센서를 부착했다. 그녀가 눈을 감았다. 모니터에 뇌파 패턴이 나타났다.

"손가락을 움직여봐."

혜인이 검지를 움직였다. 신호 지연 시간 0.03초. 정상 범위였다.

"팔을 들어봐."

혜인이 오른팔을 들었다. 지연 시간 0.05초. 역시 정상.

"좋아. 이제 감각 테스트."

나는 그녀의 손등에 가볍게 손가락을 대었다. 모니터의 그래프가 급격히 올라갔다.

"느껴져?"

"응... 너무 잘 느껴져."

혜인이 눈을 떴다. 동공이 확장되어 있었다. 예상된 반응이었다. F-71의 감각 수용체는 과민하게 설계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다음에 일어난 일은 예상하지 못했다.


첫 번째 사건은 검증 테스트 중에 일어났다.

나는 혜인의 팔 안쪽에 미세 전류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통증 역치를 측정하기 위해서였다. 전류 강도를 조금씩 올렸다.

"어때?"

"괜찮아..."

혜인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이 이상했다. 초점이 흐려지고 있었다.

"혜인?"

대답이 없었다.

"혜인!"

그녀의 눈이 완전히 풀렸다. 동공이 최대치로 확장되었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입술이 벌어지며 이상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

혜인의 몸이 떨렸다. 하지만 고통의 떨림이 아니었다. 다른 것이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데 몇 초가 걸렸다.

쾌락.

F-71의 과민한 신경계가 통증 신호를 쾌락으로 변환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뇌가 과부하에 걸려 신호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즉시 전류를 차단했다. 센서를 떼어냈다.

"혜인, 정신 차려."

그녀의 눈이 천천히 돌아왔다. 몇 초가 지나서야 초점이 맞았다.

"유진...?"

"괜찮아?"

"무슨... 일이 있었어?"

혜인은 기억하지 못했다. 그 몇 초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는 눈이었다.

나는 데이터를 봤다. 뇌파 기록에 이상 패턴이 찍혀 있었다. 전두엽 활동이 급격히 감소하고, 변연계 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구간. 몇 초에 불과했지만, 그 패턴은 명확했다.


시스템 스로틀링. 나중에 내가 붙인 이름이었다.

원인을 이해하는 데 며칠이 걸렸다. 밤마다 데이터를 펼쳐놓고, 논문을 뒤지고,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혼자서.

결론은 이랬다. F-71의 감각 수용체는 지나치게 예민했다. T-오가넬이 텔로미어를 수선하려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했고, 그 에너지는 신경계의 전기 신호에서 왔다. 감각이 예민할수록 신호가 많아지고, T-오가넬은 더 많은 연료를 얻는다. 바디의 설계 자체가 감각 과민을 전제하고 있었다.

문제는 뇌가 그 데이터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임계점을 넘으면 뇌는 자기 보호에 들어갔다. 에너지를 많이 먹는 전두엽을 강제로 꺼버리고, 반응이 즉각적인 변연계에 통제권을 넘겼다.

타버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 바보가 되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혜인은 이성적으로 저항하고 싶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쏟아지는 감각에 철저히 지배당했다. 그리고 몇 초에서 몇 분 후에 돌아왔을 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나는 그 데이터를 보고서에서 삭제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데이터가 올라가면 혜인은 다시 검사 대상이 될 것이다. 더 많은 테스트, 더 많은 관찰, 어쩌면 격리. 나는 그걸 원하지 않았다.

혜인은 정상이었다. 대부분의 시간은. 가끔 일어나는 저 현상만 없다면.

"괜찮은 거야?"

혜인이 물었다. 내가 모니터를 바라보며 뭔가를 고민하고 있는 걸 눈치챈 것이다.

"응, 괜찮아. 모든 수치가 정상이야."

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믿는 눈이었다.


그 후로도 비슷한 일이 몇 번 더 있었다.

강한 자극이 가해질 때, 혜인은 가끔 "그 상태"에 빠졌다. 눈이 풀리고, 호흡이 거칠어지고, 몸이 떨렸다. 그리고 몇 초에서 몇 분 후에 돌아왔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면서.

나는 매번 그녀를 안아주었다.

"괜찮아. 내가 있어."

"유진... 나 이상한 거 아니야?"

"아니야. 정상이야."

나는 그 패턴을 분석했다. 혼자서. 어떤 조건에서 스로틀링이 발생하는지, 얼마나 지속되는지,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는지.

결론은 명확했다. 막을 수 없다.

F-71의 설계 자체가 문제였다. 감각 수용체가 너무 예민하게 만들어졌고, 뇌가 그 데이터를 감당하지 못했다. 이것은 버그가 아니라 구조적 결함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보고하지 않았다.

혜인이 회수될까 봐.


그렇게 2년이 지났다.

혜인과 나는 연구소에서 함께 일했다. 낮에는 동료로, 밤에는 연인으로. 그녀의 "증상"은 가끔 나타났지만, 나는 그것을 관리할 수 있었다. 자극이 강해지기 전에 멈추고,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곁에 있었다.

우리만의 비밀이었다.

은현철 박사는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모른 척했을지도 모른다. 그분은 그런 사람이었다. 제자들을 믿어주는 사람.

나는 그분을 배신하고 있었다. 윌리엄에게 데이터를 넘기면서. 목 뒤의 임플란트가 그 증거였다.

하지만 혜인이 있으면 그런 죄책감도 견딜 수 있었다.


그리고 은현철 박사가 죽었다.

교통사고라고 했다. 자율주행 시스템 오류. 트럭이 그의 차를 들이받았다.

장례식에서 나는 울지 않았다. 울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넘긴 데이터가 그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가능성은 있었다.

혜인이 내 손을 잡았다.

"유진... 괜찮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사님이 사라진 후, 연구소는 변했다.

윌리엄이 직접 관리 체계를 도입했다. 새로운 연구소장이 왔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하겠습니다."

그가 연구원들 앞에서 말했다.

"모든 연구 데이터, 모든 실험 기록, 모든 샘플을 재검토합니다. 누락이나 오류가 있으면 즉시 보고하세요."

나는 그 말을 들으며 내가 삭제한 데이터를 떠올렸다. 혜인의 스로틀링 기록. 그것이 발견되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윌리엄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왜 박사님이 죽었는지.

그리고 혜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들이 혜인을 데려간 건 어느 화요일 오후였다.

나는 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었다. 혜인은 옆 방에서 신체 검사를 받고 있었다. 정기 검진이라고 했다.

"유진 씨."

새 연구소장이 내 옆에 서 있었다. 언제 들어왔는지 몰랐다.

"네?"

"F-71에서 이상 패턴이 발견되었습니다."

손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표정은 바꾸지 않았다.

"무슨 패턴이요?"

"뇌파 기록에서 비정상적인 전두엽 억제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버그로 판단됩니다."

버그. 그들은 그것을 버그라고 불렀다. 혜인이 가끔 겪는 그 상태를,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감각에 압도당해 이성을 잃는 그 순간을.

"수리가 필요합니다."

"수리요?"

"네. F-71 바디를 회수하여 정밀 검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회수라니... 혜인은요? 그녀의 뇌는요?"

연구소장이 나를 바라보았다. 차가운 눈이었다.

"분리하여 보관합니다. 수리가 완료되면 재이식을 검토하겠습니다."

재이식 같은 건 없을 것이다. 나도 알았고, 그도 알았다.

"기다려주세요. 제가 데이터를 다시 분석해볼게요. 버그가 아닐 수도—"

"결정된 사항입니다."

연구소장이 돌아섰다. 그의 뒤로 보안 요원 두 명이 서 있었다.

나는 의자에 앉은 채로 그들을 올려다보았다. 목 뒤의 임플란트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혜인을 마지막으로 본 건 그날 저녁이었다.

그녀는 이송용 침대에 누워 있었다. 진정제가 투여된 상태였다. 눈이 반쯤 감겨 있었지만, 나를 알아보는 것 같았다.

"유진..."

"혜인, 나야. 여기 있어."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차가웠다. F-71의 체온 조절 시스템이 이미 저하되고 있었다.

"무서워..."

"금방 끝날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유진... 사랑해..."

"나도."

보안 요원이 내 어깨를 잡았다.

"비켜주세요."

혜인의 손이 내 손에서 빠져나갔다. 침대가 복도로 사라졌다. 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발이 바닥에 붙어 있었다.


혜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일주일 후, 나는 연구소장에게 물었다.

"F-71 수리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해체되었습니다."

"해체요?"

"버그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정밀 분석이 필요했습니다. 바디를 완전히 분해했습니다."

"혜인의 뇌는요?"

연구소장이 잠시 멈췄다. 그리고 말했다.

"보존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어 폐기되었습니다. 어차피 그녀는 2년 전에 사망 처리되었습니다. 법적으로 문제는 없습니다."

나는 연구소장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소리가 들렸다. 단어들이 귀를 지나갔다. 그러나 머릿속에서는 한 문장만 남아 맴돌았다.

폐기되었습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표정도 바꾸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렇게만 말했다.


그날 밤, 나는 아파트에서 혼자 술을 마셨다.

혜인과 함께 살던 아파트. 그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칫솔, 슬리퍼, 베개에 밴 냄새.

유리잔을 채우고, 비우고, 다시 채웠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윌리엄.

그가 이 모든 것의 원인이었다. 은현철 박사를 죽인 것도, 연구소를 뒤진 것도, 혜인을 해부한 것도. 전부 그의 명령이었다.

그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박사님이 숨긴 무언가를. 그것을 찾기 위해 모든 실험 데이터를, 모든 샘플을, 모든 바디를 해체했다.

혜인은 그 과정에서 희생된 것에 불과했다.

나는 유리잔을 내려놓았다.

윌리엄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그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두어야 한다.

하지만 방법을 몰랐다. 목 뒤의 임플란트가 나를 감시하고 있었다. 섣불리 움직이면 나도 혜인처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