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내남편

그녀, 내남편(13) - 윌리엄

투자

수아의 상태는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했다.

좋은 날에는 거실 소파에 앉아 지수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수 있었다. 나쁜 날에는 병원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아야 했다. 그 사이를 오가는 것이 수아의 일상이 되었다.

나는 거의 매일 현철의 집을 찾았다. 수아가 병원에 가야 할 때, 현철이 연구실에 있을 때, 누군가 지수를 돌봐야 했다.

"삼촌!"

지수가 나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었다. 두 살배기. 까만 머리카락이 수아를 닮았다. 웃을 때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지는 것까지.

"삼촌은 공룡 좋아해?"

"응. 좋아하지."

"나도!"

수아가 부엌에서 싱크대를 잡고 잠시 멈칫하는 걸 보았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다가가 팔을 잡았다.

"앉아. 내가 할게."

수아는 식탁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윌리엄이 있으니까 괜찮아."

나는 커피 머신을 작동시키며 대답하지 않았다.


현철은 점점 더 연구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MIT 생명공학과 박사 과정을 마친 뒤에도 그는 연구실을 떠나지 않았다. 포닥 자리를 얻었고, 자신만의 연구를 시작했다. 주제는 미토콘드리아 질환.

"현철, 좀 쉬어."

내가 그의 연구실을 찾아갔을 때, 현철은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짙었고, 턱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 있었다.

"어, 왔어?"

현철이 고개를 돌렸다. 충혈된 눈이었다.

"수아 상태 어때?"

"오늘은 괜찮아. 지수랑 놀고 있어."

"다행이다."

현철이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화면에는 복잡한 분자 구조도와 데이터가 가득했다.

"뭐 연구하는 거야?"

"MELAS 치료법."

현철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미토콘드리아 DNA 변이가 문제야. 세포 에너지 생산에 결함이 생기는 거지.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직 없어."

"알아."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고 있어."

현철이 의자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미토콘드리아를 고칠 수 없다면, 대체하면 돼."

"대체?"

"새로운 기관을 만드는 거야. 미토콘드리아처럼 에너지를 생산하지만, DNA 결함이 없는. 인공 세포 소기관."

나는 현철의 눈을 바라보았다. 광기에 가까운 열정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게 가능해?"

"이론적으로는."

현철이 책상 위의 종이 뭉치를 집어 들었다.

"20억 년 전, 박테리아가 세포 안으로 들어와서 미토콘드리아가 됐어. 세포 내 공생. 그게 가능했다면, 인공으로 만든 소기관도 세포 안에서 살 수 있어."

나는 종이를 받아들었다. 복잡한 수식과 다이어그램이 빼곡했다.

"T-오가넬?"

"텔로미어 오가넬. 텔로미어를 복구하면서 에너지도 생산하는 인공 소기관."

현철이 일어나 화이트보드 앞으로 갔다. 보드에는 이미 수많은 그림과 수식이 적혀 있었다.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태워서 ATP를 만들어. 그런데 T-오가넬은 다른 연료를 써."

"뭔데?"

"활동 전위."

"신경 신호?"

"그래. 신경계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포획해서 에너지원으로 쓰는 거야."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현철이 천재라는 건 알고 있었다. MIT에서 그를 만난 첫날부터 알았다. 하지만 이건.

"이게... 진짜 가능해?"

"가능해."

현철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이론은 완성했어. 문제는 실현이야. 세포 단위 실험, 동물 실험, 임상 시험. 수년간의 연구가 필요하고."

현철이 한숨을 쉬었다.

"돈이 필요해. 엄청난 자금이."

"얼마나?"

"수억 달러. 어쩌면 수십억."

나는 침묵했다. 그 규모의 자금은 대학 연구비로는 불가능했다. 정부 지원금으로도 어려웠다. 민간 투자가 필요했다.

"현철."

나는 말했다.

"내가 방법을 찾아볼게."

현철이 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아버지."

현철의 눈이 커졌다. 그는 내가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네 아버지한테?"

"터너 가문. 월 스트리트의 큰손. 알잖아."

현철이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너희 사이가..."

"연구비가 필요하잖아."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맨해튼. 아버지의 오피스는 월 스트리트 한복판에 있었다. 터너 가문은 3대째 금융업에 종사해왔다.

나는 그 세계를 거부했다. MIT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건 아버지의 강권 때문이었지만, 졸업 후 월 스트리트 대신 기술 스타트업의 길을 걸었다.

"미스터 터너,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비서가 안내했다. 나는 아버지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책상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다. 70대 초반의 나이에도 등이 꼿꼿했다. 은발이 깔끔하게 빗어져 있었고, 맞춤 양복은 티끌 하나 없었다. 내가 들어와도 시선을 올리지 않았다. 10초쯤 지나 서류에서 눈을 떼고 안경 너머로 나를 보았다.

"앉아라."

나는 자리에 앉았다. 아버지는 맞은편에 앉았다.

"그래, 무슨 일이냐."

"투자 제안을 하러 왔습니다."

나는 가방에서 서류를 꺼냈다. 현철이 정리한 연구 계획서. 거기에 내가 밤새 작성한 사업 개요서를 덧붙여 놓았다. 시장 규모, 경쟁사 분석, 예상 수익률. 현철의 과학에 내 언어를 입힌 것이었다.

아버지가 서류를 받아들었다. 안경을 쓰고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첫 페이지에서 멈추지 않았다. 둘째, 셋째, 넷째. 꼼꼼히 읽었다. 나는 기다렸다.

"T-오가넬."

아버지가 말했다.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인공 세포 소기관. 미토콘드리아 질환 치료."

"예."

"은현철. MIT. 네 룸메이트였지."

나는 놀라지 않았다. 아버지는 언제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아내가 MELAS 환자."

아버지가 서류를 내려놓았다.

"시장 규모를 보니 5,000명 중 1명. 미국에서 수십만 명. 전 세계 수백만. 네가 쓴 숫자는 맞겠지."

아버지가 안경을 벗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환자 수와 시장 가치는 다른 거야.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은 환자당 비용이 높지만 총량이 작아. 개발비 5억 달러를 회수하려면 약가를 환자당 수십만 달러로 잡아야 하는데, 보험사가 그걸 받아들이겠느냐."

나는 준비한 답이 있었다.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으면 시장 독점권이 7년입니다. 그리고 —"

"그건 알아."

아버지가 손을 저었다.

"내가 묻는 건 그게 아니야. 이 기술의 천장이 어디냐는 거다."

"천장이요?"

"MELAS 치료가 끝이냐."

나는 잠시 멈췄다. 아버지가 어디로 가는지 보였다.

"아닙니다."

"그렇겠지."

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나는 최근 인공 장기 제조 회사에 투자했다. 3D 프린팅과 줄기세포 기술. 간, 신장, 심장."

나는 기다렸다.

"네 친구의 T-오가넬. 장기가 아니라 세포 단위로 작동하는 기술이지. 이걸 확장하면."

"인공 신체."

내가 먼저 말했다. 아버지가 돌아보았다. 눈이 좁아졌다. 읽고 있었다.

"그래. 바이오 바디."

"이미 생각하고 계셨군요."

"네가 오기 전부터."

아버지가 소파로 돌아와 앉았다.

"MELAS 치료제로는 투자를 정당화하기 어렵다. 하지만 바이오 바디까지 포함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얼마를 생각하고 계십니까."

"10억 달러."

나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바꾸지 않으려고 했다.

"연구 자금 5억. 시설 투자 3억. 운영 자금 2억."

아버지가 손가락을 세웠다.

"조건은 하나. MELAS 치료제 개발에 그치지 않고, 바이오 바디까지 로드맵에 포함시킬 것."

나는 계산했다. 10억 달러면 현철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MELAS 치료제가 로드맵의 1단계라면, 아버지의 조건을 수용하면서도 현철의 목표를 먼저 달성할 수 있었다. 순서의 문제였다.

"현철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건 네 일이지."

아버지의 말은 간단했다.

"일주일."

아버지가 말했다.

"일주일 후에 대답해라."

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면담이 끝났다는 신호였다.

"오래간만에 봤는데, 식사라도 같이."

"바쁘다. 다음에."

아버지는 이미 책상으로 돌아가 서류를 펼치고 있었다. 나는 사무실을 나왔다.


보스턴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현철을 어떻게 설득할지 생각했다.

현철의 목적은 수아를 살리는 것이었다. 바이오 바디 같은 건 관심 밖일 것이다. 하지만 10억 달러라는 숫자는 무시할 수 없었다. 문제는 제시 방법이었다.

현철에게는 순서를 말해야 했다. MELAS 치료제가 먼저, 바이오 바디는 그 다음. 그의 목표가 훼손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 했다.

아버지에게는 이미 보여줄 것을 보여줬다. 시장 규모, 기술의 확장성, 수익 모델. 아버지는 숫자로 말하는 사람이었고, 나도 숫자로 말했다.

두 사람에게 같은 프로젝트를 다른 언어로 설명하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현철의 집에 들렀을 때, 수아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지수가 그녀의 무릎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윌리엄. 어디 갔다 왔어?"

"뉴욕. 잠깐."

나는 잠든 지수를 안아 들었다. 가벼웠다. 방에 눕히고 이불을 덮었다. 수아를 닮은 얼굴이 잠들어 있었다.

MELAS는 모계 유전이었다. 지수에게도 전해졌을 가능성이 있었다. 지금은 증상이 없었다. 하지만 언제 발현될지 모른다.

방문을 닫고 나왔다.


그날 밤, 나는 현철을 만났다.

그의 연구실. 현철은 여전히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뉴욕 다녀왔어."

내가 말했다. 현철이 의자를 돌렸다.

"뉴욕?"

"아버지를 만났어."

"무슨 일로?"

"투자 얘기."

나는 현철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T-오가넬 연구. 아버지에게 제안했어."

현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물었다.

"뭐라고 하시던?"

"10억 달러."

현철의 표정이 멈췄다.

"10억?"

"연구 자금 5억. 시설 투자 3억. 운영 자금 2억."

"조건은?"

현철이 물었다. 당연한 질문이었다.

"MELAS 치료제 이후의 로드맵이 필요해. 기술의 확장성. T-오가넬을 세포 전체에 적용하는 단계."

나는 '바이오 바디'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그건 아버지의 언어였다. 현철에게는 현철의 언어로 말해야 했다.

"세포 전체?"

"네가 만든 기술이잖아. T-오가넬이 미토콘드리아를 대체할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 모든 세포에 적용 가능하지 않아?"

"가능은 해. 하지만 그건 MELAS 치료와는 다른 차원이야."

"알아. 그래서 순서가 중요한 거야."

나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1단계, MELAS 치료제 개발. 이게 먼저야. 네 목표이고, 수아를 살리는 거니까. 2단계, 기술 확장. 1단계가 끝난 뒤에."

현철은 나를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그 순서를 받아들였어?"

"내가 받아들이게 했어."

현철은 오래 침묵했다.

"수아를 살리는 게 먼저?"

"당연하지."

"그리고 2단계는 그 다음?"

"네가 원하면. 원하지 않으면 1단계에서 멈춰도 돼. 투자금 회수는 내가 알아서 해."

현철이 한숨을 쉬었다.

"윌리엄. 이게 뭔지 알아? T-오가넬을 모든 세포에 적용하면, 결국 늙지 않는 몸이야. 그걸 누가 쓰겠어? 돈 많은 사람들이겠지."

"그건 2단계 이야기야. 지금은 1단계만 생각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야."

"알아. 하지만 지금 단순하지 않은 문제는 그게 아니라 수아야. 시간이 없어."

현철이 대답하지 않았다.

"일주일만 생각해."


3일이 지났다.

현철이 내 아파트로 찾아왔다.

문을 열자 그의 얼굴이 보였다. 지쳐 있었지만, 눈에는 결심이 담겨 있었다.

"수아가 어제 또 쓰러졌어."

현철이 말했다.

"병원에서 검사했는데. 상태가 더 나빠졌대."

나는 침묵했다.

현철이 나를 바라보았다.

"아버지에게 연락해. 받아들이겠다고."

"현철."

"수아를 살려야 해. 지수도 지켜야 하고."

현철의 목소리가 떨렸다.

"대신."

현철이 말했다.

"T-오가넬 연구가 먼저야. MELAS 치료제를 먼저 완성하고 나서."

"당연하지.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잖아."

나는 휴대폰을 들었다.

아버지의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두 번 울리고,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윌리엄."

"아버지. 결정했습니다. 조건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좋은 결정이다. 내일 변호사를 보내마."

전화가 끊겼다.

현철은 창밖을 보고 있었다. 보스턴의 밤하늘.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

현철이 말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나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수아를 살릴 수 있어. 그게 먼저야."

현철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