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모든 SF에서 '회사'가 빌런인가 (하)

왜 모든 SF에서 '회사'가 빌런인가 (하)
현실이 SF를 따라잡다
[이전 편 요약: 1602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는 15,000명을 학살하고 영웅 대접을 받았다. 1973년 칠레에서 시작된 신자유주의 실험은 1979년 대처, 1981년 레이건을 거쳐 세계로 퍼졌다. 같은 해,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은 "승무원은 소모품"이라는 명령을 내리는 웨이랜드 유타니를 그렸다. 이후 45년간 SF는 악덕 기업을 반복해서 그려왔다.]
이제 현실로 돌아가자.
4부: 현실이 SF를 따라잡다
체스터 시 — 다시
2016년, 캘리포니아 사모펀드 Leonard Green & Partners가 소유한 Prospect Medical Holdings가 펜실베이니아의 Crozer Health 시스템을 인수했다. Crozer-Chester Medical Center는 이 시스템의 핵심이었고, 델라웨어 카운티 유일의 레벨 1 외상센터였다.
인수 후 벌어진 일. 병원이 소유하던 부동산을 별도 회사에 매각하고, 수억 달러가 사모펀드 쪽으로 흘러갔다. 병원은 이제 자기가 소유했던 건물에 임대료를 내야 했다. 인력을 감축하고, 서비스를 축소하고, 장비 투자를 중단했다. 부채가 쌓이는 와중에도 소유 구조를 통해 이익이 빠져나갔다. 2024년, Prospect Medical Holdings는 파산 신청. 사모펀드는 이미 수익을 실현하고 떠난 후였다.
로드아일랜드 주 법무장관이 Leonard Green의 퇴장을 조사한 결론:
"소유 그룹은 수억 달러를 실현했고, 고도로 레버리지된(부채가 많은) 시스템을 남겨두고 떠났다."
2025년 4월, 텍사스 파산법원이 Crozer-Chester Medical Center 폐쇄를 승인했다. 2,651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75,000명 이상의 환자가 다른 병원을 찾아야 했다.
이것은 예외가 아니다
소매업: 542,000개의 일자리
Toys "R" Us는 Bain Capital, KKR, Vornado에 인수된 뒤 33,000명이 해고되고 전 매장이 폐쇄되었다. Sears는 ESL Investments에 인수된 뒤 핵심 자산이 매각되고 파산했다. Red Lobster는 Golden Gate Capital에 인수된 뒤 부동산 매각, 임대료 부담, 파산의 수순을 밟았다. Payless ShoeSource는 Golden Gate Capital 인수 후 파산, 대량 해고. Gymboree는 Bain Capital 인수 후 파산, 전 매장 폐쇄.
Toys "R" Us 사례를 보자. 2005년, Bain Capital, KKR, Vornado Realty Trust가 약 66억 달러에 인수했다. 인수 자금의 대부분(50억 달러 이상)은 부채였고, 이 부채는 Toys "R" Us에 떠넘겨졌다. 회사는 매년 약 4억 달러를 이자로 지불해야 했다. 수익의 97%가 부채 상환에 들어갔다. 2018년, 미국 장난감 시장의 20%를 점유하던 회사가 파산했다. 33,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노동자들은 퇴직금조차 받지 못했다. 사모펀드 측에 75백만 달러의 고충 기금을 요구한 끝에, 20백만 달러를 받아냈다. 전체 해고 인원을 생각하면 1인당 600달러 남짓이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사모펀드 소유 소매업체에서 사라진 일자리는 542,000개다. 문을 닫은 매장은 18,000개다.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소매업 파산의 40%가 사모펀드 소유 기업이었다.
의료: 20,000명의 추가 사망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6년 사이 사모펀드 소유 요양원에서 추가로 사망한 미국인은 20,000명 이상이다.
사모펀드 인수 후 사망률은 10% 증가했다. 항정신병 약물 처방은 50% 늘었다. 간호 인력 시간은 3% 줄었다. 납세자 부담(메디케어 비용)은 11% 늘었다.
왜 항정신병 약물 처방이 50%나 늘었을까? 간호 인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환자를 돌볼 사람이 없으니, 약물로 진정시킨다. 비용은 줄고, 사망률은 오른다.
COVID-19 팬데믹 때, 사모펀드 소유 요양원의 감염률과 사망률은 주 평균보다 30-40% 높았다.
언론: 민주주의의 침식
2002년 미국 신문의 5%를 소유하던 사모펀드는, 2019년에는 23%를 소유하게 되었다. 인수 후 기자 수 7.3% 감소, 편집자 수 8.9% 감소, 총 기사 수 16.7% 감소, 지역 정치 보도 10.8% 감소.
NYU Stern 연구에 따르면, 사모펀드 인수 후 지역 선거 참여율이 하락했다. 지역 신문이 사라지면 지역 정치인들에 대한 감시가 사라진다.
한국의 사례: 가습기 살균제
이 패턴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994년부터 2011년까지, 대한민국 인구의 16.2%가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되었다.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이 가장 많은 피해자를 냈다. 제품 설명에는 "안전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사망자 1,851명 이상, 피해자 6,062명 이상. 아동 사망률 58%.
옥시의 대응은 매뉴얼처럼 정확했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를 원인으로 지목했을 때, 옥시는 연관성을 부정했다. 그리고 서울대 조명행 교수에게 연구를 의뢰했다. 공식 연구비 2억 원, 개인 송금 수천만 원. 조명행 교수팀은 실험 동물의 체중이 급감했는데 "감소하지 않았다"고 허위 기재했고, 간질성 폐렴이 발생했는데 최종 보고서에서 삭제했다. 옥시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고용했다. 김앤장은 조작된 보고서를 근거로 "독성이 없다"고 주장하며, 법정에 이런 의견서를 냈다: "폐 손상의 원인은 봄철 황사나 꽃가루에 의한 것."
특별수사팀 서면조사에서 옥시 전현직 외국인 임직원 5명은 대부분의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른다"로 답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법'은 국회에 3년간 계류되었다. 전경련은 "기업 부담"을 이유로 반대 보고서를 작성했다. 첫 소송(2012년)부터 국가 책임 인정(2024년)까지 12년이 걸렸다.
2022년 조정위원회가 9,200억 원 배상안을 제시했을 때, 옥시와 애경은 이의를 제기했다. 조정 절차는 중단되었다.
부정. 연구 조작. 로펌 동원. 기억 상실. 시간 끌기. 배상 거부.
회사는 왜 변하지 않는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옥시 신현우 전 대표는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1,851명이 죽었는데 6년이다. 출소 후 그는 자유인이다. 모회사 레킷벤키저는 글로벌 기업이다. 한국 매출이 사라져도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 조명행 교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감옥에 가지 않았다.
피해자 중 절반은 소송을 포기했다. 치료비가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지쳐서.
회사의 "비용"과 시민의 "비용"이 비대칭이다. 회사에게 6년 형은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다. 피해자에게 12년의 소송은 인생 전체다.
5부: 에이리언: 어스 — 100년 후
FX의 "에이리언: 어스(Alien: Earth)"는 흥미로운 세계관을 제시한다. 2120년, 에이리언 1편보다 2년 전. 지구는 다섯 개의 메가코프가 분할 통치한다.
Weyland-Yutani는 북미, 남미, 화성, 토성을 지배하며 합성인간과 사이보그 기술을 보유한다. Prodigy는 아시아 대부분, 호주, 아프리카 일부를 지배하며 의식 이식 "하이브리드" 기술을 보유한다. Lynch는 구 러시아 영토를, Dynamic은 중동과 아프리카 일부와 달을, Threshold는 서유럽을 지배한다.
정부는 없다. 유엔도 없다. 다섯 기업이 지구 전체를 소유하고, 각자의 영역을 통치한다.
1979년 에이리언에서 웨이랜드 유타니는 배경에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2025년 에이리언: 어스에서는 다섯 개의 기업이 세계관 자체가 되었다. 2025년 현재, 빅테크 5사(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알파벳, 아마존, 메타)가 디지털 경제를 지배한다. 그들의 시가총액 합계는 웬만한 대륙의 GDP를 넘는다.
에이리언: 어스는 이 현실을 100년 후로 투사한 것이다.
6부: 왜 우리는 저항하지 않는가
이 모든 것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VOC의 역사를 안다. 사모펀드가 무슨 짓을 하는지 본다.
이탈리아의 마르크스주의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1891-1937)는 무솔리니의 감옥에서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왜 자본주의는 안정적인가? 왜 노동자들은 자신을 착취하는 시스템을 받아들이는가?
그의 답은 "헤게모니(hegemony)" — 지배 계급의 세계관이 사회 전체의 "상식"이 되는 현상 — 다.
그람시에 따르면, 지배 계급은 두 가지 방식으로 권력을 유지한다. 하나는 강제다. 경찰, 군대, 법원, 감옥. 다른 하나는 동의다. 미디어, 교육, 종교, 문화. 현대 자본주의는 주로 후자를 통해 유지된다. "열심히 일하면 성공한다." "시장이 가장 효율적이다." "대안은 없다." 이 명제들이 공기처럼 자연스러워지면,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의문은 사라진다. 개인의 실패는 개인의 책임이 된다.
마거릿 대처의 "대안은 없다(TINA)"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헤게모니적 선언이다. 자본주의 외에 다른 선택지를 상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론만이 아니다. 물질적 조건도 저항을 어렵게 만든다.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프레카리아트(Precariat)" — Precarious(불안정한)와 Proletariat(프롤레타리아)의 합성어 — 의 삶. 긱 이코노미 노동자, 계약직,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20세기 산업 노동자는 공장에 모여 있었고, 노조를 만들 수 있었고, 8시간 노동 후 자유 시간이 있었다. 21세기 프레카리아트는 분산되어 있고, "독립 계약자"로 분류되어 노조를 만들기 어렵고, 24시간 앱 알림에 대기한다. 미국 긱 워커의 7명 중 1명은 연방 최저임금도 못 번다.
SF는 이 통제 메커니즘을 다양하게 그려왔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1932)에서는 쾌락으로 — 소마 약물을 먹고 행복하니 저항할 이유가 없다. 조지 오웰의 1984(1949)에서는 감시와 공포로 — 두려워서 저항할 수 없다. 세버런스(2022)의 Lumon Industries에서는 기억 분리로 — 직장에서의 자신은 바깥 세상을 모르고, 바깥의 자신은 직장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니, 저항할 주체 자체가 없다.
다른 방식, 같은 결과.
결론: 경고는 피할 수 있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
에이리언: 어스의 2120년 시민들은 아마 자신들의 세계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다섯 개 기업이 지구를 나눠 가진 것, 정부가 없는 것, 기업이 법인 것. 그것이 그들에게는 "원래 그런 것"일 것이다.
1602년 VOC, 1979년 웨이랜드 유타니, 2011년 옥시, 2024년 체스터 시의 사모펀드. 400년에 걸친 같은 문장이 있다. 이윤을 추출하고, 비용을 전가하고, 떠난다.
SF 작가들이 45년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그것이 경고이기 때문이다. 경고는 피할 수 있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이라는 조건을 내포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18년을 싸웠다. 절반이 포기하고, 수백 명이 죽고, 그래도 남은 사람들이 싸웠다. 2024년, 대법원은 마침내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오래 걸렸다. 너무 오래 걸렸다. 하지만 바뀌었다.
에이리언: 어스의 2120년은 아직 오지 않았다.
2025년 2월